작성일 : 14-03-11 18:40
백두대간 마루금 등산로 시설에 관하여_최윤호
 글쓴이 : 백두대간숲…
조회 : 5,207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숲길에 설치되고 있는 원주목 계단에 관해서입니다.

먼저 다음의 사진을 보시죠. 다음의 사진은 백두대간 마루금 등산로 구간 중 이화령에서 출발하여 조령산에 오르기 전에 지나는 구간입니다.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오늘 첫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등산로에 사용되는 원주목계단(통나무계단이란 용어로도 사용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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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목계단은 직경이 8㎝나 10cm 정도의 원주목을 가로로 1∼3개 정도 붙인 후 양쪽에 동일한 원주목 기둥을 붙여 등산로 노면에 박아 설치하는 것으로 사방사업이나 임도의 작은 사면의 안정을 위해서 사용되던 공법의 일종이었으며, 적절하게 시공할 경우 친환경적이면서 표토의 유실과 작은 사면의 안정에 효과적인 시설입니다.

하지만 이 시설이 숲길에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하면서 문제점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해당 시설이 조성된 구간에서 등산로 훼손이 가속화되는 것이었죠.

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풀이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시설자체가 등산로에 적절하지 않은 시설이란 점이며, 두 번째는 시설의 설계가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시공여부와 상관없이 훼손의 소지가 높다는 점이며 시공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원주목 계단이 매우 불편한 시설물이란 점입니다.

등산로에 적절하지 않은 시설물이란 점은 등산로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 대비 유지관리에 책정된 예산이 매우 적은 편이며, 특히 일단 설치된 이후 적절한 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가급적 등산로에 설치되는 시설물은 시설 자체적으로 안정한 시설물이어야 하며 내구성이 뛰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원주목 계단의 경우 단 2개의 말뚝으로 시설물을 고정시키는 구조물로서 특히 디딤판 부위가 토사로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으로 탐방객의 이용과 강수에 의해 디딤판 부위의 토사가 유실됨으로써 안정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결과를 나타낼 소지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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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설의 설계가 잘못되었다는 점은 다음의 그림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미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원주목계단은 단 2개의 말뚝으로 시설을 고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말뚝이 충분히 깊게 박힐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숲길 정비 매뉴얼’에서는 말뚝의 깊이를 직경 10cm 원주목을 사용할 경우 60cm 정도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설되는 대부분의 원주목 계단은 40cm 내외로 설계된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땅 속으로 박히는 부분을 감안하면 20cm 내외만 묻히게 됩니다. 또한 설계가 제대로 이루어지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박히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여 말뚝의 깊이를 낮게 설정하는 경우까지도 있습니다.

세 번째 불편한 시설물이란 점은, 현재 설치된 대부분의 원주목 계단이 사람이 밟게 되는 디딤판 부위가 토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디딤판 부위의 토사가 이용객이나 강수에 의해 지속적으로 유실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계단의 높이가 초기에 설정한 높이에 비해 점점 높아짐으로써 계단의 이용이 아니라 장벽을 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다음의 사진과 같은 모습이 종종 발생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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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지역에서 훼손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본래 설치의 목적에 맞게 등산로의 훼손을 억제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부 구간에 한정되며, 그 중에서도 굳이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에 설치된 경우도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우리나라 산지의 특성에 잘 맞지 않는 시설이며, 부실한 설계를 적절하게 감독하지 못할 경우를 감안하여 가급적 설치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설치해야 한다면 말뚝의 길이를 충분히 길게 설계했는지와 제대로 시공하는지 철저히 감독해야만 할 것입니다. 특히 디딤판 부위는 가급적 토사유실이 방지될 수 있도록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