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3-21 17:44
걷는길 이야기_권경익
 글쓴이 : 백두대간숲…
조회 : 4,228  

숲길이라는 커다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커다란 담론을 풀어나갈 제주가 없음을 잘 알기에 그 속에 묻어있는 작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해보고자 합니다. 한겻이야기라도 되기를 소망하며 오늘 첫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길은 각각의 삶의 공간을 이어주는 선적인 개념의 또 다른 공간입니다. 그 형태가 고속국도, 일반국도, 지방도, 마을길, 농로, 임도, 숲길 등 다양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시대의 변화와 필요에 따른 모양새의 다양성일뿐 모두 생활길이란 목적을 벗어나진 못합니다.

지금 국민들이 열광하는 다양한 걷는길(숲길, 문화생태탐방로, 생태문화탐방로, 누리길, 녹색길 등)은 불과 우리 할아버지 세대에는 각자의 생활공간들을 이동하는 주된 수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된 이동수단은 우리 할아버님들의 삶을 많이 고단하게 한 큰 요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한 고된 삶을 이어주던 걷는길에 우리는 열광하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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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사례나 우리사회의 환경을 되돌아보면, 모든 여가활동은 경제적인 측면이 안정을 이루는 시기쯤에 그 욕구가 급격히 팽창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걷는길 또한 예외가 아님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이유가 아님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복잡해지는 사회구조만큼의 의무감을 각자의 어깨에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가란 일상으로부터의 작은 일탈입니다. 빠르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느림의 시간 속으로, 복잡한 사회구조의 삶 속에서 단순한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욕구입니다. 그 중에서 걷는다는 행위는 인간이 갖고 있는 일탈의 최초 본능입니다. 그들에겐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머무르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 수단이 혹여 걷는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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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길과 그 길이 갖추어야 할 요소들 그리고 그 길의 쓰임새를 묶어서 걷기문화라 부르고 싶은게 솔직한 욕심입니다.

걷는길이 수단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공동화 되어가는 농,산촌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효용을 논하기 전에, 그 지역의 고요한 모습들을 그대로 간직한 걷는길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언제나 그리우면 찾아갈 수 있는 고향처럼, 늘 그 곳에 있을 것만 같은 친구처럼, 그런 길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모두의 바램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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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지리산둘레길이 처음 시작되고, 제주 올레길이 문을 열면서 많은 이용자들이 걷는길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부응하듯 정부의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걷는길 조성에 앞다투어 뛰어 들었고, 그 결과로 약 1,000여개의 이름을 가진 걷는길들이 조성되었습니다. 올해가 2014년입니다. 약 7년 동안에 천여개의 길을 만드는 놀라운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조금은 천천히 가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용자들이 그 길을 알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 제공과 설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에서 머무를 수 있는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걷는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이용자에게 ‘나 이곳에 하루만 더 있다 갈래.’라는 게으른 명분을 만들어 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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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이용자들은 느긋한데, 걷는길은 만드는 사람들만 조급한 건 아닐까요?

안단테... 안단테...

좀 더 느리게...